하루를 채운 여러 가지 행동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어떤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게 아주 작은 습관이 하나 있다고 치자. 그는 새로운 물건을 사면 포장을 바닥에 내던져 놓고 치우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면 그는 하염없이 포장지 쓰레기를 바닥에 내동댕이칠 것이다. 습관을 보면 (관찰해서 여러가지 습관들을 파악한다면) 특정 대상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속설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아침마다 이불을 정리하지 않고 일어난 상태 그대로 놓아둔다. 침실은 그에게 해방이자 자유의 상징이다. 그는 무언가 마무리 짓는 걸 힘겨워 한다. 책상도 언제나 산더미처럼 책이나 종이뭉치가 쌓인 형태다. 그는 머릿속도 늘 복잡하다. 어떤 한가지 문제점이 떠올라 그 생각에 매달리다가 또 다른 문제점이 떠오르면 그 생각으로 옮겨가고 그렇게 종일 오가는 생각 속에 파묻혀 다음 날엔 바로 전날 했던 고민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이런 사람에게 한 가지 습관을 입혀보자.
아침마다 이불을 정리하는 습관 - 그는 정리는 느낌을 보고 어색함을 느낀다. 왠지 그 날의 시작은 정신이 맑다. 흐트러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일거리도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책상 정리는 물론이다. 머릿속이 더할 나위 없이 쾌청한 덕분에 일상은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순조로워 보인다. 자신이 자기 삶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든다. 집에 들어와 모든 일들이 심플하고 간결하며 빠르게 처리된다.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을 향휴할 수 있다. 독서 라든지, 평소 듣고 싶었던 음악을 듣는다든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삶이지 않은가?
아침에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지는 생각이 온 종일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하루의 마무리까지 심플하게 끝이난다면 인생은 참 편안할 것이다. 물론 저 사이마다 방해요소가 끼어들어 정돈됨이 흐트러지는 게 일상다반사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역시 '습관'과 '혼돈 그 자체'의 삶에 대해서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돌변해 언제든 자신의 습관의 틀 깨버리고 포효할 수 있다. 하지만 절제한다. 절제마저도 살면서 습득한 습관 중 하나다. 그렇다면 한 사람은 정리된 삶과 흐트러진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Yes.
나 역시도 그렇다. 어떤 날에는 (특히 그러고 싶은 날)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며 마지막에 정돈된 모습에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며칠 뒤면 다시 너저분해진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익숙함의 편안함을 느끼며 다시 청소하게 될 먼훗날을 기약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선택의 자유로움'이다. 또한 '혼돈 자체에 파묻힌 일상' 이다. 무언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뒤엎고 섞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기 위해서 혹은 그저 게으를 뿐이라서.
이런 내 삶에 특정한 규율이 등장하고 그 규율을 지키기 위해 경직된 삶을 살게 된다면 나는 시스템화 된 내 삶에 회의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아니 확실히 그럴 것이다. 기계같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물론 건강에 관해서 나는 최대한 특정한 습관들을 지키려고 한다. 그것은 내 삶과 직결되는 요소로 특수하게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 선을 지키고 시스템화된 것을 따르려고 하는 나의 습관은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다. 그래서 다른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롭기를 갈망하게 되는 것일도 모른다. 반사작용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구조 시스템에 헌신하는 무의식작용은 진화되는 과정 중 DNA에 새겨진 특정 패턴이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생존을 위하여 나약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집단 군집 생활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그러한 강압이 작용하는 것과 그것을 부수고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그래서 힘든 일이다. 허상의 '자본'이 돌아다니는 이러한 사회에서 무일푼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을 택한다는 것은 시멘트 위에서 헤엄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싶고, 그것을 해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혹은 평범한 삶을 동경한다면 그것도 목표가 될 수 있다. 일정한 패턴의 '습관'이 형성되면 그 습관들이 모여 하루를, 1년, 10년, 평생을 채울 것이고 결국 삶도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나쁜 습관이라면 나쁜 결과가 다가올 것이고, 결코 그 결과를 피해갈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당장 현실 위치에서 그것을 확인할 도리는 없다. 적어도 현재는 안 좋은 상황이 다가오지 않았고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이기에 그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거시적 관점으로 미래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물다. 대부분 현재의 것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사 안일한 상태에 익숙해진 모습들이다. 뉴스에서 나오는 세상 온갖 안 좋은 일들에 대해서도 매일 듣다보면 점점 무감각해지곤 한다. 그 사건들을 전부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다간 현실에 대한 피해망상만 커질 뿐이니 말이다. 그러다보면 자기 삶이 행복한 것이라는 상대보다 우위에 서 있단 비교 관점에서 새어나오고 그렇게 현실적 안주를 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을 결정짓는 습관이란 무엇일까?
서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잘 어울리는 스킬을 키우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자아실현을 이룩하는 것일까?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그런 삶일까? 누구나가 보기에 완벽한 삶 혹은 기울어진 삶, 상대적 비교 그 모든 것들이 뒤엉킨 세계에서 자신의 개성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
답은 없다. 자신의 선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