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마주봤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계기를 말이다. 갑질에 대한 스트레스도 물론 팩트다. 하지만 그 전에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더 이상 그 일이 하고 싶지 않아졌단 사실이다. 10월 중순의 어느 날, 구글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곧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를. 그가 쓴 책 중 읽어본 건 해변의 카프카 정도다. 내 머릿속의 그는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인돼 있다. 그 책을 읽고나서 그 다음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내게 책을 읽을 마음이 들게한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광적인 편집증상에 대한 섬세하고 입체적인 묘사는 살아움직이는 인간의 사유 그 자체였다. 여하튼 이번에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의 인터뷰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쓴다는 말. 오후엔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