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자기화된 시선으로 타자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쉽다. 하지만 타자에서 또 다른 타자가 되어 타인들을 응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타자를 응시하는 나는 원래의 '나'도 아니며, 그렇다고 타자 그 자체도 아닌 또 다른 '무엇'이다. 나는 일상에서 곧잘 그러한 제3의 타자가 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는 나와 너라는 단편적 개념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확장되어 한 세대를 아우리는 우리들을 뜻한다. 실컷 생각없이 놀다가도 불현듯 저러한 질문이 떠오르면 당황하지 아니할 수가 없는데, 그 때마다 나는 대체 어떤 대답을 원하는 것일지 고민하게 된다. 분명 저 질문은 내 자신이 나에게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질문에 답을 한다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