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을 쫓고 있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삶이란 시각적인 환상으로 채워진 레일 위를 달리는 순간의 연속이다. 다양한 선택들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아니, 사실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종착역은 ‘죽음’이니 말이다. 허상이란 배경들 속에 타인들도 포함된다. 우리가 느끼는 건 결국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환상과 빛에 반사된 물체의 색, 그리고 형태에 대한 촉감, 특정한 향기,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뉴런과 시냅스의 확장. 소리를 통한 세계의 인식, 혀를 자극하는 질감과 맛. 이러한 본능적이고 지각적이며 감각적인 영역의 것들로 삶은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실재이면서도 인식과 관련된 요소들이며 육체의 인식기능이 저하되면 (건강을 잃거나 노화로 인해) 일종의 막 혹은 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