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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고 모르는 척 했던 진실

J.H. 2019. 2. 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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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마주봤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계기를 말이다. 갑질에 대한 스트레스도 물론 팩트다. 하지만 그 전에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더 이상 그 일이 하고 싶지 않아졌단 사실이다.

10월 중순의 어느 날, 구글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곧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를. 그가 쓴 책 중 읽어본 건 해변의 카프카 정도다. 내 머릿속의 그는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인돼 있다. 그 책을 읽고나서 그 다음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내게 책을 읽을 마음이 들게한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광적인 편집증상에 대한 섬세하고 입체적인 묘사는 살아움직이는 인간의 사유 그 자체였다. 여하튼 이번에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의 인터뷰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쓴다는 말. 오후엔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자유롭게 보낸다.

딱 이 두 가지 사실이 내가 원하는 삶과 일치했다.
회사를 그만둘 마음이 든 바로 그 계기가 된 순간이다.

그날부터 일을 하는 오전시간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내 시간을 손해보고 있는 듯한 느낌과 내게 갑질을 해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돌변했다. 그들의 상황과 입장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려 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난 그들의 부당한 행위에 반발심리와 분노가 일었다. 내 소중한 아침을 붕괴시키려는 불완전한 인간들의 불필요한 시도를 넘겨줄만큼 그 회사에 애착이 가질 않았다. 그 이후부턴 마음 편하게 일한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여길 떠나야지, 라는 생각 밖에 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더 이상 나를 그들의 밑으로 갈아넣는 것의 무의미함을 직관한 상태는 내 생각들과 행동들 전부를 180도 뒤바뀌게 만들었고, 나는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마지않던 신호가 포착된 지점에 그것을 낙아채어 도약하듯 회사를 떠났다.

스트레적 요인 이전에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우선순위의 가장 꼭대기로 올라간 것이다. 어찌보면 스트레스란 우선순위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을 때 꽤나 극심하게 몰아닥치는 운명의 장난질일 수도 있다. 운명은 자신을 거스르지 못하게 때때로 나를 옥죄어온다. 스트레나 짜증이라는 비가시적 형태로. 그리고 마지막엔 무의식에서 뛰쳐나온 공황장애란 절규로.

운명의 절규가 보내는 메아리 속에서 나는 이제야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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