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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 그 후

J.H. 2019. 3. 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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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성 위염, 식도 칸디다 - 이게 내가 진단받은 결과다. 

문제는 위산 분비 억제제와 점막 손상 케어하는 약을 먹었는데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는 거다. 

라베스톤, 휴모리드, 뮤코라민 총 3개의 약을 처방 받았고, 상당히 비쌌음에도 약은 내 위장을 더욱 급격한 통증으로 몰고 갔다. 위내시경을 받기 전 새벽에 속이 쓰려 깬 게 며칠 된다. 그리고 위내시경을 받고 나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반나절만에 위경련과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상복부가 전체적으로 쥐어 짜는듯이 아팠고, 위산이 급격히 식도를 타고 오르는 것처럼 엄청나게 속이 쓰렸다. 음식을 먹기 힘들고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밤에 잠을 잘 때가 고역이었는데 누운 지 2시간만에 눈을 뜨면 식도와 위장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끔찍한 고통이 상반신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일어나서 30분 이상이 지나야만 통증이 점차 줄어들고 (절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절반 정도로) 다시 잠이 들면 한 시간 뒤에 깨어나 같은 증상이 일어나길 반복하는 탓이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무려 3일이나 말이다. 물론 약은 하루 반나절 까지만 먹고 끊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한 병원에 전화를 해 (하필 강남부근이라 멀었다) 다시 예약을 잡은 날도 잠을 한시간 가량 잤을까 싶다. 그렇게 다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 자료가 들어있는 씨디를 받고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잡아주었다는 말과 함께 내시경 사진을 보며 다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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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성 위염의 경우, 붉은 위장 안에 하얀 색으로 희끗희끗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의사가 보기에 그것은 위염을 앓았다 나았다를 반복한 흔적이라 했다. 나는 위염이 최근에 생겼다가 다시 나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식도 칸디다 경우는 심하지 않은 케이스라 약을 먹을 필요 없다고 하는데 (또 칸디다 용 진균제 또한 지금 먹으면 속에서 받지 않을 만큼 독하다고) 내가 보기에 작고 하얀 점들이 많아보여서 찝찝했다. 그녀가 말하길, 8년 동안 위염 약 처방 환자 중 딱 2명이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3번 째가 나였다. 나중에 구글에 검색해보니 위산 분비 억제제가 식도와 위를 막는 근육(위산이 못 올라오게)을 느슨해지게 만들어 위산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겪은 부작용은 이것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식도에 있는 자잘한 곰팡이 균들에 그 무지막지한 음식들을 소화시키는 위산이 닿았다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었을지 상상이나 가는가? 어제 발견한 사실인데 그 끔찍한 고통의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뒤통수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이 두 가닥이나 발견됐다.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친절한 그녀의 설명 덕분에 기분은 나아졌지만, 통증은 그 후로도 3일 쯤 더 계속 됐다. 밖에 나가도 사먹을만한 음식도 없었다. 믿었던 본죽을 먹고 또 다시 속이 뒤집혀서 제산제를 약국에서 사먹었는데 일부분의 통증만 가실 뿐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깨달은 건 사먹는 음식들이 굉장히 자극적이라는 거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찾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버티어내고 대학병원은 갔는데 상담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영상자료 등록을 못하는 바람에 의사가 영상을 확인도 안 하고 다짜고짜 위내시경을 다시 하자고 3월 말로 예약만 잡고 나왔다. 병원 의자에 환자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들었다. 병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바깥을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격차가 굉장히 아득하게 느껴졌달까. 그리고 최근 계속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공습이 더욱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날이 좋은 날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에 있어서 진심으로 재난 상황이라고 판단이 내려졌다. 평소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았었지만, 계속 되는 미세먼지는 자연스레 마스크를 쓰는 방향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오늘 시장에서 지나가다 본 마스크에는 방독면의 입처럼 생긴 작은 버튼이 달려 있었는데 그런 거라도 사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 눈으로 보아도 문제가 심각해보이며 그것을 넋놓고 보고 있다가 건강까지 나빠진다면 그 책임 또한 스스로가 져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터라 (심지어 지하철 승강장 중앙에서 양쪽 좌우를 보아도 부옇게 어린 미세먼지가 보일 정도니까) 급단의 조치로 미세먼지가 해결되길 희망한다. 

 

대학병원에서 약 부작용에 대해 말하며 양배추 즙이라든가 마를 먹고 있다고 말하니, 그럼 약은 따로 처방해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는 그것에서 한 번 더 절망감을 느꼈다. 건강검진했던 병원 의사 말로는 다른 약들을 시험해보면서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대학병원 의사는 아예 약을 먹지 않기를 권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약이 이름만 다를 뿐이지 성분은 비슷해서 부작용을 일으킬 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루 반나절 약을 먹고 6일정도를 제대로 잠을 못 잤는데, 만약 또 부작용을 겪는 약을 먹게 된다면 정말 상상하기 싫기도 했다. 그래서 음식으로만 하는 관리에 들어갔는데 병원에 다녀온 날은 속이 쓰렸다. 조금 많이 쓰렸고 제산제를 먹을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잠은 잘 잤다. 그리고 다음 날, 밥을 먹고 나면 (양배추즙을 30분 전에 먹으면 위장이 보호된다고 한다.) 위에 드라이 아이스를 삼킨 것처럼 냉기가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치밀었다. 그러다 저녁에 속쓰림이 좀 더 심해지고, 그날은 자다가 두번이나 깨서 쓰린 속을 움켜쥔 채 시간을 삭히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에는 밥 먹고 나면 굉장히 신 냄새가 독하게 올라오는 통에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닐까 구글링을 했는데 괜시리 건강염려증을 가중시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공황증상에 대한 팁을 찾았는데 그게 위염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보았다. 

 

위염 증상이 심해질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내 공황 증상은 자다가 급작스레 찾아오곤 했는데 위장에 새겨진 위염이 스쳐간 자국들을 생각해보자면, 위염이 있는 당시에 자면서 쓰린 상처에 위산이 닿았고, 그게 자율신경계에 위기 상태로 전환이 되면서 (상처에 산을 붓는 행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 호흡곤란 증세가 일어난 게 아닐까 라고 추측해봤다. 이유없이 호흡곤란이 찾아올 리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공황증상을 겪다보면 커피나 알콜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일절 손에 대지 않는데 그것들이 결국 위염과 연관이 깊은 음료들이라는 사실이 한층 위염 증상의 일부를 공황증세로 착각한 것을 아닐까 하는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때문에 그런 시각에서 만일 위염 때문에 공황 증상이 생긴 것이라면 위 관리를 하면서 건강한 음식들 위주로 챙겨 먹는다면 공황 증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3년 전 공황증상이 처음 발발했을 때,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음식들로 증상을 없앤 채 2년 넘게 잘 살아 왔었다. 이유없이 찾아오는 공황에 대한 공포심이 한층 꺾이며 위염 증세 안으로 흡수되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지금 거의 3주간 건강한 음식들 위주로만 먹는 상황인데 고칼로리 음식 같은 건 입안에 넣고 씹다가 뱉어내는 방법도 발견했다. 충분히 입 안에서만 맛을 보고 나중에 물로 헹궈도 만족감은 있었다. 

 

대학병원 다녀오고 그 다음날에는 크루아상도 하나 사먹었는데 (드라이아이스 증상이 있던 날) 그 날 저녁에 요하임 플레인 요거트를 (저녁 밥 먹고 곧바로) 먹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남친과영화를 보고 에머이에서 양지 쌀국수를 먹었는데 현기증이 났고, 급격하게 졸음이 몰아쳤으며 속도 쓰렸다. (후추 가루와 조미료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 날 밤, KFC를 가서 오븐 치킨을 먹었는데 이것도 문제다. (훈제향이 짙은 걸로 보아 패스트 푸드의 신속함을 위해 훈제 닭을 오븐에 굽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 같은데 염지가 당연히 돼있다.) 남친의 권유로 오븐 치킨을 먹자마자 락토핏을 먹었는데 집까지 와서 계속 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다가 의외로 잠은 푹 잤다. 그리고 오늘이다. 아침에 양배추 즙을 먹고 아침을 고기 볶음과 나물에 현미밥을 늘 그렇듯 3-4가지 쌈채소에 싸먹었고, 오후에 나가서 엄마가 먹고 싶다던 족발을 사와 안에 있는 살코기만 뜯어내 상추에 싸 먹었다. 마찬가지로 저녁도 족발에 있던 살코기와 엄마가 해준 고사리 들깨 무침에 현미밥과 쌈채소를 곁들어 먹고 락토핏을 먹었다. 점심 때 요거트에 바나나 슬라이스에 그래놀라 씨리얼 조금에 고메넛츠 견과류를 넣어서 먹기도 했다. 오늘은 속은 쓰리긴 했지만, 드라이아이스까진 아니었다. 어제 남친이 사준 노브랜드 유기농 백미 과자(영유아용 과자처럼 생겼다. 백미 100퍼센트라 좋다)를 몇개 씹어먹었는데 속이 좀 쓰렸다. 

 

과연 오늘도 어제처럼 푹 잘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적어도 드라이아이스 느낌이 사라져서 그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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