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인 사고의 분할 속에서 핀볼처럼 여기저기 부딪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늘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이것을 택할까, 아니면 저것을 택할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채 선택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상대가 익숙해질수록 자기 선택의 폭은 좁아지며 상대가 편안함이란 것을 무기로 무례한 태도를 취하여도 이해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니 이해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참아야 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실수를 하고 이해를 해야한다는 전제를 둔다면 그 관계는 형평성이 유지된다. 하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그 관계는 수직적인 구도로 돌변하며 상하관계가 형성돼 갑과 을의 관계가 된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평 혹은 수직적 구도의 관계가 성립돼 있다.
이익을 주면서 동시에 피해를 주는 대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익으로 인해 피해를 눈감아 줄 수 밖에 없는 경우인데, 그 이익이란 게 누구에게나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피해를 용인할 까닭이 없지만 특수성을 가진 이익이며 그것을 오직 그 상대에게서만 취할 수 있다면 이 관계는 단절이 불가능하다.
나는 그러한 이율배반적 관계에 대해서 심도있게 분석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지속가능여부와 어떤 이익과 어떤 피해들로 구성돼 있는지 알아야만 했다. 나는 그 관계로부터 안정을 얻었지만 동시에 커져가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처럼 안정감이 클수록 그 안정감이 부숴졌을 때 생겨난 불안감도 커진다. 행복하다는 감각에 취할수록 그 행복이 깨어졌을 때 불행도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 중간지점에 마음을 위치시킬 순 없는 것일까?
인간은 매일매일이 변덕스러움의 연속이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또 쉽게 화를 내기도 하는데 중용을 늘 유지한다는 것은 매일 번뇌로 가득찬 마음을 돌봄을 의미하지만 하루라도 그 흐름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일관성’은 너무 쉽게 무너지게 된다. 인간의 속성과 특성이 그러하다.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혹은 몸이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면을 컨트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 관계 혹은 한 사람과의 관계는 끊임없이 재조정과정을 거친다. 어떤 날엔 예민하게 반응해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하며 또 어떤 날엔 평화롭게 소통한 나머지 충족과 풍요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무감각한 날에는 (자신의 생각 속으로 잠식하는 동안) 무덤덤하고 무뚝뚝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조정되는 관계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갈등들이 분할하는 세포들처럼 변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관계 역시 고정된 한가지 형태와 시스템을 취하고 있지 않다. 생명체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또 노화하며 소멸하듯 관계도 비가시적 생체 시스템에 의해 탄생과 성장 그리고 쇠퇴기를 밟게 된다. 유한한 생체조직처럼 말이다. 물론 중용의 미덕을 지키며 일관된 관계를 유지한다면 각 대상의 육체가 소멸할 때까지 관계가 계속된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그것은 극소수의 케이스다. 환경에 큰 번화가 없고, 개인의 성향도 안정적인 유형의 사람들에게 일어날 법한 일이다.
일반적이고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 관계는 쉽게 돌변할 수 있는 재생과 탈락을 반복하는 세포확장과 같다. 불안과 안정감을 동시에 야기하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박살내거나 온화한 하루를 만들 수 있는 얄팍한 카드와도 같다. 이러한 관계를 일관되고 안정적이며 꾸준하고 오래가는 특성으로 변화를 시키기 위해선 개인 내부와 외부의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게 가능한 타입들은 드물다. 그렇다면 관계라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란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불현듯 하루의 감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기에 순간적인 외로움이 두려워 불완전한 관계를 택한다는 것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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