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된 날짜가 돼 고대병원으로 갔다. 내시경 센터로 향해 갈아입을 옷 없이 입고 간 옷 그대로 침상에 누워 수면약을 맞았다.
눈을 떴을 땐 회복실이었다. 지난 번처럼 통증이 밀려올까 두렵기도 하고 위 상태가 어떨지 걱정이 됐다. 계속 속쓰림 현상과 타는 듯한 현상이 계속 됐기에 (알싸한 냄새 같은 것도 올라온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회복실에 있던 간호사에게 ‘조직검사’를 했는지 물었다. 하지 않았단 대답이 돌아와 위가 혹시 나은 건가 싶었다. 물론 증상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수납을 하러 남친과 로비로 향했다. 원무과 직원이 조직검사 비용 약 7만원 가량을 수납해야 한다고 했다. 뭔가 싶어서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대답했더니 그녀는 직접 내시경실로 전화했고 조직검사를 했다는 말이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난 수납을 하고 4.9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그날 종일 아프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2/22 내시경 후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어쩌면 위염증약 때문이었을지도?) 남친과 샤브샤브를 먹었다. 샤브샤브는 위를 진정시켜주고 적당한 포만감을 준다. 하지만 고대앞 샤브샤브 가게는 저렴한 반면 고기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질기다. 가격을 좀 더 올리고 좋은 고기를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학원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수제빵가게에 들러 여러 종류의 빵 시식도 했다. 그리고 집에서 불고기와 나물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뒤 밤 11:30분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정말 푹자고 토요일 늦은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위장상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2/22에 xx병원에서 내시경을 받고 느낀 엄청난 고통은 없었다. 그 병원 내시경실 입구에서 보았던 대용량 락스통 2개가 섬뜩했을 뿐이다. 약이 문제였을지 락스가 문제였을지 나도 궁금하다. 중요한 건 그 내시경을 받기까진 위장 통증이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단 사실이다. 그곳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양산형 공장같은 내시경실 분위기도 긴장감 재촉에 한몫했다. 마치 공산품이 이 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옮겨진 상태로 세척을 당하는 기분이랄까?
다행히 지금은 그 때의 심각한 통증(잠을 5일동안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의)과 위경련(응급실에 가야하나 고민해야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밥조차 넘길 수 없는) 증상은 없고, 속쓰림과 화끈거림만 남아있다. 4.9에 있을 조직검사 결과가 어떨지 나도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튀긴음식 (돈까스나 탕수육)을 못 먹은지도 벌써 한달 반이 흘렀다. 샤브샤브 샐러드바에서 한조각 정도는 먹긴 했지만 마음 놓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은 적은 까마득하다. 신기한 건 그다지 그런 음식들이 당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길거리 음식들을 지나가면서 보건데 밀가루와 자극성이 뒤섞인 떡볶이라든가, 기름에 튀겨낸 호떡이나 튀김 등을 보면 건강한 간식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게 아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잠깐의 허기와 감칠맛을 택하면 결국 몸에 해로운 요소들이 태반이다. 아울렛이나 백화점 푸드코트를 가도 다를 건 없다. 한식 류의 비빔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에 MSG가 들어가 있고, 돈까스라든가, 향신료가 강한 커리, 기름기가 넘실거리는 중식요리 등이 넘쳐난다. 위염이 있는 사람들이 골라서 먹기에 너무나 자극적이고 해로운 음식들이다. 결국 선택은 비빔밥류(장을 덜어낸)나 샤브샤브가 된다. 그 중 샤브샤브는 압권인 게 먹고나면 속이 너무 편하다. 순수한 멸치 육수에 야채와 소고기를 익혀 먹고 나면 남은 육수의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게 변하는데 그 안에 죽을 만들어 먹으면 든든하고, 위도 안정적이 된다. 하지만, 죽 나올 때 고명으로 올라가는 김가루는 필수적으로 빼준다. 김가루를 먹으면 속이 굉장히 좋지 않다.
4.9 까지는 적당히 음식 관리를 하고 (물론 튀김류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먹지 않고) 생양배추즙을 갈아 마시며, 추후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다. 만일 저 날도 약처방을 해준다면, 난 좀 걱정이 된다. 약을 먹고 난 그날 내내 엄청난 통증에 시다릴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 통증은 며칠이나 사라지지 않고 고통을 끊임없이 내 삶에 주입시켰다. 그런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았음 한다.
*tip : 내시경 전날에는 고기류나 과도한 섬유질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하는 게 위내시경 검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전날 저녁은 두부와 계란과 밥으로 죽을 만들어 먹었다.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이런 기본적인 수칙을 지켜서인지 내시경 후에도 속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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