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thoughts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J.H. 2019. 2. 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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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을 받고, 미란성 위염 및 곰팡이균을 진단 받았다. 처방약을 먹으면 굉장한 통증이 밀려온다. 때문에 오늘부턴 자연식으로 먹어볼 생각이다. 브로콜리, 양배추, 마, 새송이 버섯과 현미밥을 넣고 끓여먹었다. 처방약의 문제점은 약을 먹었을 때 2시간 정도는 괜찮지만 나머지 시간에 참을 수 없는 (위가 패이는 듯한, 불타는 듯한, 잘리는 듯한)통증이 밀려온다는 점이다. 분명 내시경 전에 그 정도로 아프진 않았었다. 아마도 약 부작용이든지, 내시경을 과격하게 하면서 상처가 생겼든지, 둘 다 이든지 한 것 같다. 일단은 자연식 식단으로 먹어보고 상태가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약을 먹어보든지 할 생각이다. 한달 뒤에는 건강검진한 병원이 아닌 기존에 가던 병원으로 가서 내시경을 한 번 더 해보아야 겠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을 때, 모든 것들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사소한 생각들이나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 삶을 살아가는 방식들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그 세세한 시스템을 응시한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삶에 반사된 일상적인 삶은 가치있고, 선명하며, 생생하고 현존한다. 그순간의 난 깊은 어딘가로 침잠해있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처럼 형체는 있지만 만질 수 없는 삶들을 바라보며 로봇처럼 의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작은 압박감마저 고통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갈망과 욕망을 내려 놓은 '내'가 고개를 든다. 조용하게 응시하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고 동공은 확장된 상태로 고요하게 자연물처럼 존재하는 '나'.


소소한 삶의 영역에서 동떨어져 온전히 내 세계 안으로 들어와 세계를 인식하고 커다란 구조물을 구상한다. 

통증은 어째서인지 그런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 준다. 

흐트러진 정신과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포탈을 열어주는 셈이다. 


며칠 동안에 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삶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부터 그 생각들을 정리할까한다. 

내 주변의 삶들에는 다양한 패턴들이 존재한다. 나 뿐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결혼을 하거나, 20대 중반이거나, 60대거나, 30대거나에 따라서 각자가 원하는 이상향을 따라서 살아가고, 나도 그들 중 하나다. 내가 가지게 된 의문은 인간의 삶이 보편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알고 있지만, 그 보편성도 과반수의 통계에 의한 것이지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갔을 땐 특수성을 띌 수 있다는 거다. 위염을 예로 들면 주변 사람이 위염이라고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만 막상 내가 위염이 있을 땐 남들은 알 수 없는 고통 상태를 겪어야 하는 실체적 삶의 무게가 육중하게 다가오며 세상과 분리된 나 자신의 삶이 어두운 빛으로 물드는 그 순간의 느낌은 괴이하며 끔찍하게 느껴진다. 개인의 중심이 된 삶의 특수성들이 통계로 분리되며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지만 '누구나 그렇다'고 '시간이 약이다'라고 생각하기엔 '현재'는 늘 느리게 구름처럼 흐르고 있을 뿐이다. 또 만일 '좋은 상태(고통도 없이 살 수 있는)'가 된다고 하여도 정신의 나태함을 피해가기도 쉽지 않다. 금세 루즈한 삶에 익숙해지고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며 잉여의 삶에 익숙해지는 과정. 그것 역시 정신에게 찾아온 위염과 다를 바가 없다. 정신과 육체의 밸런스를 생각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중용'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 필요한데 그것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지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습관화되어도 타인 혹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깨지고 절제력을 잃고 '안좋은 상태'의 삶을 자꾸만 선택하게 되고 그것이 관습이 된다면 결국 '위염'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육체를 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식습관과 신선한 재료들을 먹는 선택을 늘 하기로 한다. 적절한 운동은 물론다.

정신을 위해서라도 기분전환이 되는 자연의 공간이나 안정이 되는 음악들을 주기적으로 들어주기로 한다.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타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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