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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으로

괴리감 때문이었을까? 쫓기는 듯한 감각이 치밀어 어느새 내 주변을 물들였을 때 나는 가야할 곳을 알 수 없었다. 얕은 호흡과 함께 핏기가 가시고 깊은 어둠이 시야를 가리웠다. 당혹감이 알싸하게 밀려와 고민들마저 뒤덮었다. 생각은 자취를 감추었다. 순간이 그대로 멈췄다. 나는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 세계는 진공상태가 되었다. 아무런 메아리도 들리지 않는다. 기나긴 고요와 침묵 그리고 중심의 감각을 흐트리는 혼돈의 실오라기가 아지랑이처럼 하늘거리며 무의미함을 가중시켰다. 수천개로 조각난 시간의 파편들이 내 세계의 밖으로 달아났다. 느리게 숨고르기를 하며 현실을 응시했다. 나는 지금 모르는 척 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인가? 혼돈의 눈 속에선 희미한 추측들만 난무했다.

my views 2019.01.31

두려움은 망상인가?

사람들, 하나의 풍경으로 스쳐가는 그런 존재들. 자아, 힘겹게 심호흡하며 현실을 연명하는 존재.교류를 가로막는 괴리감, 고독감, 두려움, 신뢰받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부담스러움. 누구에게나 멍때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의 나에겐 더욱 그렇다. 쫓기듯 해치워야 하는 일상에서 벗어났음에도 무리를 이탈한 사회적 존재의 이후 행보는 불안정의 연속이다. 모든 인생이 불완전연소되는 결말을 맞이할 지라도 끊임없이 완벽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일상을 압박해온다. 그 압박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무가치한(어쩌면 일상적인) 선택으로 도피하고 시계를 멈춘 채 때로는 거친, 때로는 불완전한, 떄로는 편안한 호흡을 내쉬는 것이다. 왜 일상이 거부해야할 목록 속에 추가가 되었느냐 하면, 머릿속에서 규정지어진 관념이 일상에 ..

short thoughts 2019.01.29

불가피한 선택에 대한 습관적 회피

누구나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유혹에 휩쓸리게 된 경우도 있고, 현실적 이유로 인한 타협일 수도 있다. 불가피한 특정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은 곧 신속한 선택이 요구되는데 코 앞에서 회피한다 하여도 악몽처럼 선택의 순간은 결국 다가오고야 만다. 모르는 척 눈을 감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고인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썩어서 악취를 풍기다가 희미한 존재감마저 완전히 증발돼 버린다. 자신에 의한 자아의 도태, 침식 그리고 자멸. 그 후엔 무엇이 남을까? 역할극? 누구 누군가의 누구, 어디에서 일하는 누구, 몇살 누구, 여자 혹은 남자, 아줌마나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타인 1,2,3,4,5,6,7...... 선택을 강행하는 자아의 목소리는 이따금 머릿속의 환각이 되어 메아리친다. 쾌락을 ..

my views 2019.01.25

욕망의 산실

보이지 않은 화폐를 벌어야만 하고, 또 써야만 하는 사이클 속에서.억압된 욕망을 상쇄시킬 출구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문화산업'이다. 향유하고, 만끽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여러종류의 문화산업들. 개인들의 욕망을 공감각적으로 간접해소시켜줌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체계를 정화시키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반작용으로 싸이코패스를 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 문화산업을 소비하며 일부의 억압이 풀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해소과정은 생략되어 있고 (외부 환경으로 분출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인의 내면에 쌓여간다. 그러다보면 현실속에서 윤리적인 행동 영역이 붕괴돼 일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지나친 인내의 끝은 파괴이며 동시에 절망이다. 개인의 내면 자체가 부서지며 붕괴되는 ..

my views 2019.01.17

싫다는 감각

특정 대상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품고 있을수록 그 화살은 정작 그 상대가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는 양상을 띤다.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편함으로 현재를 낭비하며 집중해서 해야할 일이나 휴식을 취할 시간이 대체돼 바린다. 그렇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혐오로 채울 것인지 기쁨으로 채울 것인지 택하는 것도 자신이며 그것에 대한 책임도 역시 자신의 몫이다. 특정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그것을 빠르게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해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나 행복을 느끼는 대상에게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의 마찰은 회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봐도 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회피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것인데..

short thoughts 2019.01.17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죽음, 그것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 순간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때이른 나이에 찾아온 죽음은 위화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것도 병이 걸린게 이유라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품기 마련이다. 생명의 불이 타들어가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나 자신의 생명이 타들어 가는 순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수직이 아닌 평행선이다. 어쩌면 수직이 될 수도 있지만 평행을 고집하는 것일수도 있다. 도태된 유전자를 기피하며 우성 유전자에 속하고 싶단 갈망이 그러한 소외를 일으키는 발화점은 아닐까? 혹은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는 공황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면 달아나고 싶단 본질적 충동이 들 수도 있다. 공황증상이란 널따란 벌판을 거칠게 내달리는 사람을 상상하면 ..

short thoughts 2019.01.17

삶 진짜, 삶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살아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이때 한 번의 갈림길에서 꿈을 쫓을지 아님 현실과 타협을 할 지 선택하게 된다. 물론 꿈을 쫓는 사람은 극소수다. 경제적 문제가 그 이유다. 그리고 무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이 두번째 이유다. 사회적 고정관념은 감옥처럼 삶을 옥죄어 온다.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자신의 삶을 위해 온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건 물론이다. 죽음은 일상 어디에든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죽음이나 병을 인식하고 있진 않다. 나는 상관없을거야,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지난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 연속되는 하루는 단 한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는 세트장하고 다를게 없다. 그 세트장이 무..

my views 2019.01.10

타자의 주체

레비나스의 ‘타인의 얼굴’을 간간이 읽는 중이다. 타자의 주체성을 존중할 때에 비로소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개념인데 이론적으론 완벽하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것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것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개개인의 특성에 기인하는 의문을 파생케 한다. 온전히 타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또 타자의 타고난 특성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타자를 입체적으로 파악해나갔다는 전제하에 타자의 입장을 자신보다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수준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하여 타자가 내뱉는 생각들과 그의 가치관을 이해해주는 일방적 상황이 되었을 때 과연 타자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만큼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타자 자신만 이해받는 상황을 즐기며 자기 위..

my views 2019.01.03

틈새 혹은 사이

밀접하게 연결된 다양한 관계들, 그 사잇점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공통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 경계선엔 '불안'이 기저에 깔린다. 인간 근원에 존재하는 '불안감', 그것을 통해 인간은 세상을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불안한 토대 위에 지어진 모래성, 바닷바람에 날아가거나 폭풍으로 불어난 바닷물에 휩쓸려 버리기가 쉬운, 그러한 관계들의 연속. 생겨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하지만 예외적으로, 이 사람에게는 조금 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자신도 기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하면서) 그런 사람과 사랑 혹은 연애를 시작한다. 내게 타인보다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와준 사람. 어두운 공간에 작은 빛을 비춰준 사람. 그가 어떤 가면을 쓴 채 어떤 생각을 하..

short thoughts 2018.12.26

음악 효과

특정한 음악을 들을 때 (특히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눈이 보이는 공간에 독특한 무드가 덧입혀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익숙했던 공간은 특정 음악을 구성하는 리듬과 속도 멜로디의 높낮이에 따라서 순식간에 재건축된다. 마치 다른 장소로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Tv광고, 라디오, 유투브,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 지나가는 행인에게서도 우리는 늘 음악에 둘러싸여 생활한다. 익숙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멜로디는 심지어 더욱 듣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음악은 곡이 재생되는 짤막한 시간 안에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침투해 여러 효과를 각인시킨다. 때문에 음악은 생각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며 서서히 사람의 내면에 스며들어 그 안에 비가시적 사운드로 다양한 상을 투사하고 독특한 기억을 생성하며 시공간의 기..

short thoughts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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