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thoughts

사랑과 환각

J.H. 2018. 12. 1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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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점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 화학작용은 때론 환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사랑이라는 특정한 상태로 이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잿빛 세계를 통과하 총천연색의 세계로 넘어온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싱그러운 특별함을 마주하게 되고 설렘은 옵션처럼 따라붙어 신경질적이던 사람의 성격마저 온화하게 변화시킨다. 물론, 이 작용은 오래가지는 않는다.

연인들 사이에선 바이오리듬처럼 업앤다운이 생겨나고 어느 날은 한없이 좋았던 상태였다가도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다가 연락마저 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당자들에겐 때로 충격을 선사하는데 가족처럼 친근하게 지내던 대상을 잃었을 때의 위화감이 그 원인이다. 돌연 멀어진 관계에 익숙해지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혹은 타인으로 그 관계를 메꾸어 나가길 택하기도 한다. 선택과 책임은 자신의 몫이니 말이다.

나는 연인 사이에서 설렘의 효과를 일으키는 ‘환각’에 조금 더 집중해서 파헤치고 싶다.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아 사랑에 빠지는 근본 원리를 발견해내면 비가시적인 화학작용에 대한 비밀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는 작은 확신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현재의 연애에서 독특한 끌림을 경험하고 있는데 이것은 내 삶을 통틀어서 가장 신기한 일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때마다 에너제틱한 특별한 감각이 내 육체를 더욱 신비롭게 채워가는 감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그 대상과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추억을 쌓아간다는 행위가 이토록 생생하고 마음 깊숙히 자리할 수 있는 것인지 참 의문이 든다. 왜 특정 상대에게 빠지게 되는 것일까?

현재 나의 연인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난 그에게 무언가 친숙한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다. 그 느낌이 마음속에 천천히 내려 앉으며 감정이 시작되었다. 아마 이 시기부터 환각작용이 차츰 발동이 걸리는 것 같다. 흔히 말해 콩깍지가 씌워지는 단계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시기엔 무슨 일이 있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바보처럼 말이다. 회사에서 누군가 괴롭힌다 해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만큼 무관심해진다. 단순히 현재의 살아가는 감각 자체를 만끽하고 나 자신이 아닌 연인이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흥미가 치솟는 시기다. 매일 매일 특별한 날들이라는 인식을 함과 동시에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비로소 자기의 시선으로 돌아오며 관점이 변화된 것이다.

서로를 응시하는 눈동자를 명료하거 맑으며 순수하기까지 하다. 눈과 눈을 맞춤으로 인해 서로의 영혼까지 이어진 듯한 기묘한 달콤함이 현재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살아있음 자체에 작은 만족감이 치민다. 단순히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함으로 나 역시도 더욱 명확하게 세상을 응시하게 되는 것이다. 늘 웃게 되는 말도 안 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러한 화학작용과 환각의 향연에 중독 돼 인간은 로맨스 영화나 소설을 보고 타인들의 연애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마저도 늘 연애 안으로 밀어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어떤 음식이나 즐거운 영화도 현실속에 찾아든 사랑의 쾌락만큼 자아중심적이진 않다. 음식은 삼십분도 안 돼서 입 안으로 사라지며 영화도 러닝타임이 지나면 더이상 간접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더욱 자신이 사랑할 대상을 찾아 헤매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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