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늘 도처에 널브러져 있다.
머릿속에서만큼은 '히어로'지만, 현실은 그저 볼품없다. 늘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상성'일지도 모른다.
마주하는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 매 순간 스쳐가는 사소한 생각들과 욕망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들. 작은 욕구들을 메워나가며 비뚤린 일상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일상은 자꾸만 더 외부로부터 잠식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거대한 자본과 그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한편의 아이러니한 풍자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 안에 있는 한명의 페르소나일 뿐이지 않은가?
'일상성'이 지켜지고 하루하루가 잔잔하게 흘러가기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벗어나지 않을 거다. 그 포근한 작은 공간에 안주하며 개성을 잊은 채 적은 자본을 소비하며 최소한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혁신과 변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늘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자신이 지키며 사는 일상성의 루틴을 깨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늘 보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인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적당한 삶. 대체 그것은 어찌하여 행복의 근원이자 기초가 되었나?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혼돈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해서다. 태어날 때부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깊은 외로움은 친구나 가족들이 함께여도 늘 사라지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경쟁사회에 내팽개쳐진 채 무한 경쟁을 겪으며 내면의 사막화는 가속화되고 그림자도 점점 짙어져 자신을 집어삼킬만큼 커져버린다. 지독한 고독감은 영화나 티비속에 나오는 따스한 가정에 자신을 투사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점을 제공한다. 내 가족을 만든다면 나는 외롭지 않을텐데, 더 이상 혼자이지 않아도 될 텐데. 라는 가정 하에 가정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의 씨앗이 가슴 속에 내려 앉는다. 고독함으로부터 자유로운 '일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가족을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일정한 시간의 고독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고독은 늘 해로운 결과를 불러오는 법이니 말이다. 인간의 온기가 없는 외로운 삶은 늘 무채색이며 활자로 된 책들만이 유일한 소통의 출구가 된다. 자신의 머릿속에 갇혀 머리 아픈 상상들을 이어가기도 한다. 타인을 더 이상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분석하고 관찰해야할 사물처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고독은 이렇게 인간성을 상실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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