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thoughts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J.H. 2019. 4.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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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병원에서 위내시경과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 양성이란 말과 함께 곧바로 2주 동안 복용해야하는 약을 처방받았다. 이때까진 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했다.

지난 번에 강남 **병원에서 받은 위염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이 새겨진 터라(부작용이 심했다) 약국에서 약을 지어 집으로 향하는 길이 썩 달갑진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헬리코박터 균을 없애고나면 위장의 상태도 많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단 희망도 샘솟았다.

 



제균 일별 기록
1st day (4/9)
(입속 혓바늘 있었음)
오전에 병원에 다녀와 저녁에 약을 복용했다. 걱정과 다르게 속쓰림이 조금 완화된 느낌이 들었다.

2nd day (4/10)
새벽부터 미열 오르기 시작.
오전 약 복용 후에도 37,8도를 찍었다. 거기에 전신 오한과 몸살이 찾아왔다.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라 고대병원에 전화를 해서 간호원과 통화를 했다. 일단 약 끊고 근처 내과로 향했다. 해열제를 처방받고 복용했다. 1시간만에 열이 내려갔다. 저녁에도 해열제를 먹었다. 그런데 위 한켠이 결렸다.

3rd day (4/11)
새벽에 잠을 설쳤다. 열이 났다가 근육통이 왔지만 아침엔 괜찮아졌다.
오전 식후 제균약을 먹고 어린이 대공원을 갔다가 저녁에 들어왔다. 저녁을 먹고 제균약을 먹었는데 열이 38.5가 나갔다. 전신 오한과 근육통이 더욱 심해졌다. 목이 붓고 아팠다. 인후염 증세까지 생겼다. 위 통증도 있었고 식도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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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h day (4/12)
새벽부터 아침까지 계속 깨어나야만할만큼 모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말 괴로웠다. 2주동안 어떻게 약을 먹어야 하나 매순간 고민했다.
여전히 열은 38도를 넘었다. 무엇보다 음식에서 약냄새가 진동했다. 쇠비린향 같은 게 났다. 무엇을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오전과 저녁에 약을 복용했다.

5th day (4/13)
해탈할만큼 정신이 혼미해졌다. 열때문에 또 새벽내내 시달렸다. 잠을 며칠이나 제대로 못 자서 눈 윗부분이 푹 들어갔고, 몸무게도 3kg나 빠졌다.
오전 약을 챙겨먹고
나가서 영화를 보다가 엄청난 위 통증에 눈물이 났다. 찬물을 마시며 진정을 하고 집에 와서 저녁 식후 약을 먹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쓴내가 단내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날은 정말 약의 몽롱함 빼면 통증도 근육통도 없었다.
그러나 미친듯이 졸리기 시작해서 저녁 9시부터 잤다 깼다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6th day (4/14)
단내가 여전히 계속 됐지만 잠은 나름 푹잤다. 오히려 그 점이 기묘했다. 이때부터 위통증이 사라졌다. 근육통도 예전에 비하면 애교수준이어서 신경도 덜 쓰였다. 하지만 끊임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바깥을 나가 햇빛을 받으며 걸었다. 저녁 식후 약을 먹었는데 식도와 위가 화끈거렸다. 짭짜름한 음식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7th day(4/15)
-약 복용 일수로는 6일차
식사를 하는게 힘들다.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고 병원 냄새가 입 안에서 진동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밥을 먹고 약을 먹었다. 가끔씩 나오던 헛구역질도 버거웠다. 모든 것들에 무감각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전/ 저녁 식후 약을 먹었는데 저녁엔 따끔거리는 위경련 증세가 나타나 안정을 취하니 나아졌다.
하지만 새벽 내내 혼자 깨어나서 화끈거리는 위장의 작열감을 만끽하며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8th day(4/16)
아침은 우울했다. 밥도 꾸역꾸역 먹고 오전 약을 먹었다. 식도 칸디다 약은 오늘로써 끝이었다. 나머지는 그대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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